[인터뷰 ①] 테라사이클 아·태 총괄 에릭 카와바타 대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에릭 카와바타, 금융맨에서 친환경 기업 대표 되기까지
기업이 만든 제품, 처리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윤정은 기자 승인 2019.11.28 10:55 의견 0
사진=테라사이클


서울 강동구 답십리역과 장한평역 사이에는 서울시에서 지은 새활용플라자가 들어서 있다. 조금 외진 곳이지만 외국인들이 더 자주 찾는 이곳은 세계 곳곳에도 귀감이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번 사용한 제품을 어떻게 잘 활용해 새롭게 만들 것인지 눈으로 볼 수 있고 쓰레기로 뒤덮여 가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새활용플라자 2층에는 테라 사이클 한국지사가 창의적 새활용 제품들과 함께 들어서 있다. 

전세계 300명 규모의 환경 스타트업 기업인 테라사이클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제품을 재활용하고, 자원 순환의 문화를 전세계에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세계 21개국에 진출해 플라스틱 공병부터 담배꽁초, 소형가전, 과자봉지까지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테라사이클이 한국에도 설립됐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한국의 환경 의식이 그만큼 성장한 것이라 봐도 좋다는 것이 테라사이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대표인 에릭 카와바타의 설명이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금융업에 종사하다 친환경 기업에 뛰어든지 11년째인 그는 3년전 테라사이클 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의 환경 의식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22일, 테라사이클 코리아 사무실에서 카와바타 대표를 만나 테라사이클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다. 

“지속가능 경영에 뛰어든 지 올해로 11년째입니다. 대학에선 법학을 전공했고 모건 스탠리, 도이츠 닷컴 등에서 법무를 담당하다 금융회사에서 일했어요. 에릭 카와바타라고 합니다”

마주앉은 그의 얼굴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종일관 평안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카와바타 대표는 동네에서 스쳐가다 인상이 좋아 기억에 남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금융업에 종사할 때 익혔던 세상을 읽어내는 날카로운 시선과 해박한 지식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뛰어들라 조언했다.

오랄비와 테라사이클이 다쓴 칫솔을 줄넘기로 만들어 기부했다(사진=테라사이클)


■ 스쿠버다이빙 즐기러 간 바다에서 현실과 미래를 목격하다

“오랜시간 금융업에 종사했지만 업무하는 동안에도 환경적 부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경제의 가장 큰 오류는 이윤 창출로 인해 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우리는 금전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구에 무리를 주고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법학을 공부할 때부터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며 경제창출과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오랜 시간 했었어요. 그러다 일본 오키나와에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러 간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습니다. 산호들이 모두 하얀색이었거든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그 곳에 있는 모든 산호가 죽어버린 거죠. 아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이빙을 함께 하던 친구는 일을 그만둔 후 환경 컨설팅 회사를 차렸고 내가 그를 도왔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며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업무를 할 사람은 많았어요. 나는 환경에 집중하고 싶었죠. 작은 비영리단체도 설립해서 해양 수온이 왜 오르는지를 연구하는 회사를 운영했죠. 일은 힘들었고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였습니다”

카와바타 대표가 친구와 함께 두 개의 회사를 운영했지만 힘든 여정이었다. 그 시점에 금융회사 올드맨이 된 동기들은 퇴직해 창업했고 그에게 다시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해왔다. 그때 그가 선택한 것은 유턴이 아닌 여동생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여동생은 먼저 SNS에 가입하라고 말했고, 요즘은 어떤 직업군들이 있는지 알아보라 조언했다. 그것이 테라사이클과의 첫만남이었다. 카와바타 대표는 SNS에 가입하자마자 테라사이클을 보게 됐고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재활용 취지는 좋았지만 재활용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 사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무척 궁금했고 이 물음표가 테라사이클과의 첫 인연이 됐다. 카와바타 대표는 “내 이력과 궁금증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지 30분만에 전화가 와서 ‘당장 얘기하고 싶다’고 했어요. 한시간 동안 테라 사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죠. 마침 딸아이가 미국 유학중이었어서 딸을 만날 겸 미국에 가 본사를 방문하고 테라사이클에 대한 구조를 이해했죠. 그렇게 2013년 가을, 일본에 테라사이클 지사를 열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지사 오픈 당시 그는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었다. 달랑 1명의 인턴과 함께 카페에서 일을 하던 그는 그 당시 “모든 것이 마음으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하나의 목표 덕에 힘들었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고 그의 추진력과 경험치는 전세계 60명이던 테라 사이클 일원을 300여 명 규모로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어느덧 테라사이클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 카와바타 대표는 테라사이클의 목표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설득해 수많은 쓰레기를 거둬들이고 이를 재활용하자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테라사이클이 각 기업의 제품 사용 후 재활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경영을 펼쳐가도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도움을 주며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MOU체결(사진=테라사이클)


■ 기업이 재활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소비자에 답 있다

이미 피앤지, 더 바디샵, 아모레퍼시픽, LG유플러스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테라사이클 코리아와 함께 제품의 ‘새활용’이라는 가치에 동의하고 지구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열을 올릴 뿐 자사의 제품을 담아 판매한 용기들이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더럽히고 있다는 심각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카와바타 대표는 “소비자가 환경에 눈을 뜨고 있는 과정이다”라면서 기업의 의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들이 환경에 대해 의식하는 가운데 회사들 역시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제조과정을 보지 못합니다. 대신 제품은 매일 보고 있죠. 생수병을 예로 들어볼까요. 소비자가 이 용기 안에 있는 물을 다 마시고 나면 이는 제품이라는 단어에서 쓰레기로 용어가 바뀝니다. 제조과정에 대한 인식은 없는 소비자가 제품 사용 이후 폐기물인 제품을 처리하는 의무를 짊어지게 되죠. 그런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쓰고 남은 폐기물을 그냥 버려라, 우리가 책임지고 재활용하겠다’라고 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위안은 무척 크지 않을까요. ‘내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기물을 발생시켰다’는 것이 아니라 ‘버려도 환경에 나쁜 영향이 없다’는 것에 소비자는 무척 공감할 것이고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달리 할 것입니다” 

더욱이 기업들의 변화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카와바타 대표의 전망이다. 요즈음 금융회사가 기업에 투자를 할 때 수익구조만 보지 않고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는지 환경적 리스크가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것. 그는 지난 2년 금융투자 트렌드만 봐도 환경오염평가를 기반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평가와 기준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며 금융회사가 대주주인 기업들부터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더해 카와바타 대표는 “중요한 열쇠는 미디어입니다”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환경인식을 아는 상황이 되면 소비자들은 지갑으로, 구매로 투표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기업의 변화에 따라 테라사이클의 가치도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것이 카와바타 대표의 자부심이다. 그는 “테라사이클은 소비자가 사용한 제품을 재활용함으로써 제조사가 폐기물 단계에서 소비자와 한번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작은 것에 감동받아서 ‘제조사가 환경에 관심있구나’ 인지할 수 있겠죠”라며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이 테라사이클이라고 자신했다. (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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