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 민법상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 삭제 촉구 나서

"사랑의 매? 관대한 체벌 전면 금지" 3개 아동단체 및 정의당, 시대 역행 조항 삭제 요구

윤정은 기자 승인 2020.01.14 15:57 의견 0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국내 주요 아동단체들과 정의당이 모여 민법 내 명시된 친권자의 징계권에 대한 삭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내 주요 아동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은 정의당과 13일 오후 2시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을 명시한 민법을 하루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1958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 없는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훈육 과정의 징계라는 이름으로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틀이 되어 왔다. 이에 아동단체들과 정의당은 이같은 일이 더이상 반복돼선 안된다는 것에 뜻을 모으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 대표 최서인(만 13세)은 "맞는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징계권 조항에 대한 논의에서 어른들의 의견만 듣지 말고, 아동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며 징계권 조항 삭제를 주장했다. 지지 발언에 나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창표 부회장도 "가벼운 체벌에서 시작한 행위가 극심하고 잔혹한 학대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는 민법 915조의 삭제는 이제 더 이상 미뤄서도 안 되는 필수 불가한 국가의 당면과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징계권이란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발표한 바다. 3개 아동단체는 여기에서 나아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하라는 요구로 2019년 9월부터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을 펼쳐왔다. 

이 캠페인에 시민 3만 2000 여명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서명에 참여했고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를 비롯해 아동·부모·법률 단체 109개가 뜻을 함께했다. 3개 단체는 지난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이들의 지지 서명과 연명단체 목록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박 장관은 "전달받은 서명을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에게 전달하여 빠른 시일 안에 민법 915조 징계권이 없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친권자의 징계권에는 체벌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징계권 조항 전면 폐지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내보이고 부처간 논의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이후 7개월이 지나서야 부처 간 협의가 시작된 점에 대해서도 아동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내 사정과 달리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58개 국에 이른다. OECD 국가 중에는 22개 국이 모든 환경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체벌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역시 지난해 7월 유럽의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체벌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친권자의 징계권을 민법에 명시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6월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아동학대특별법’에 신설하였고, 올해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민법에 남아있는 징계권 조항의 삭제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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