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 우레탄폼 재앙] ② 우레탄폼 뭐기에 생명 앗아가는데도 계속 사용하나?

값싸고 기능 좋지만 화재 시 대형 참사로 이어져

이지혜 기자 승인 2020.06.12 14:25 | 최종 수정 2020.06.02 22:48 의견 0
우레탄폼 시공 모습 (사진=EBS 방송캡처)


물총처럼 생긴 것에서 생크림과 같은 모양이 나오는 모습을 공사 현장 혹은 방송화면에서 본 바 있을 것이다. 주로 실내 인테리어 마감을 할 때 벽면에 발포한다. 

우레탄폼은 액체 상태의 폴리올(polyol)과 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라는 두 화학물질을 섞은 후 발포제를 넣어서 만드는 화학물질이다. 불에 잘 타는 가연성을 지녔고, 불이 붙으면 일산화탄소(CO)ㆍ시안화수소(HCN) 같은 각종 유독가스를 내뿜는 특징이 있어 많은 양이 인체에 유입될 경우 생명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 주로 열을 차단하는 단열재나 소리를 흡수시키는 방음재 등으로 쓰인다.

이른바 가성비 좋은 자재지만 우레탄폼을 사용한 건축물의 경우 화재가 났을 때 피할 틈도 없이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와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시중에는 우레탄 폼보다 불이 잘 붙지 않고 유독가스도 훨씬 적게 내뿜는 대체 단열재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가격이 우레탄폼 대비 2~3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관련 법령이나 규제도 없는 상태다. 40명의 희생자를 낸 지난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역시 우레탄 폼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와 동일하지만 12년이 지나도록 개선된 것은 없었다. 

이번 이천물류창고 화재와 관련해 시공사는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안전관리자는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서류심사 2차례, 현장 확인 4차례에 걸쳐 시공사가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업체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레탄폼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패널. 정부는 복합자재인 샌드위치패널의 내화성능 기준도 현행 난연에서 준불연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SBS 방송캡처)

■ 정부, 건설현장 화재안전 범정부 TF “근본적 해결책 찾겠다”

이천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화재에 취약한 창고와 공장은 규모와 상관없이 화재안전 성능을 확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48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달 이천 물류창고 사고는 12년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판박이로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시는 대형화재가 반복하지 않도록 실질적 처방이 절실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국토부는 화재에 취약한 창고와 공장은 규모와 관계없이 난연 이상 화재안전성능을 갖춘 마감재와 단열재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다. 600㎡ 이상 창고와 1천㎡ 이상 공장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규제를 건축물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창고와 공장에서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 난연 이상 성능은 700℃에서 5분 정도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버티는 성능이다. 현재 600㎡ 이상인 창고는 1만7984동으로 전체 창고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복합자재인 샌드위치패널의 내화성능 기준도 현행 난연에서 준불연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준불연은 700℃에서 10분 이상 불이 붙지 않는 성능으로 난연보다 대피시간을 2배 이상 확보할 수 있다. 우레탄폼 등 내부 단열재는 외벽 단열재와 동일하게 난연 이상의 화재안전 기준이 적용된다.

지금은 건축물 안에 설치하는 단열재에 대한 화재 기준이 없어 우레탄폼을 설치하는 뿜칠 등은 화재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달 이천 사고는 우레탄폼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용접 불꽃을 만나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하와 같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뿜칠 공법을 금지하는 방안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사 환경도 개선된다. 국토부는 용접작업이나 가연성 물질을 다루는 작업은 동시 작업을 일절 금지할 방침이다. 동시작업을 막기 위해 감리자가 입회해 작업 안전성을 확인하게 하고, 동시작업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지시킬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용접과 뿜칠 등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은 불티방지덮개 등 화재 예방 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허용하는 작업허가제를 조속히 시행한다.

국토부는 또 원가나 공정관리 업무를 겸임하지 않는 안전 전담 감리를 모든 공공공사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사 근로자의 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산업재해 보상 범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 재해보험을 통해 배상하고 있으나 이는 현재로선 임의가입 대상이다.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계획 단계에서 공사기간을 산정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부 소속·산하 기관에만 적용되던 공사기간 산정기준을 공공공사 전체로 확대하고 민간공사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 의무화하는 등 확대하고 운영을 내실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범정부 TF는 내달까지 최종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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