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기능 유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1월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국회 시정연설에서 저출산 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지적하며 육아 지원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모든 성별과 연령이 육아에 참여하는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동아시아 전역의 공통된 문제
이 문제는 일본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도 심각한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습니다. 중국은 1961년 대약진 운동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엔 경제사회국이 발표한 ‘2022년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합계 출산율 최하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세계 평균 출산율은 2.3명이지만, 동아시아 주요국 대부분은 1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한국(0.88명), 홍콩(0.75명), 대만(1.11명), 중국(1.16명)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경제적 요인과 유교 문화의 영향
대만의 <타이베이 타임스>는 높은 양육비와 집값, 그리고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는 유교 문화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교 문화는 육아와 가사를 여성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여성의 경력 단절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 인구 연구자들은 유교적 가치관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문제로 작용한다고 지적합니다. 성 역할의 엄격한 구분, 학력 중심 사회, 과거제 전통 등이 결혼과 출산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앨리스 옌신 정 대만 국립 연구소의 인구통계학자는 동아시아의 가족제도가 결혼 외 출산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적 특징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으면 출산도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비 부담과 사회적 압박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교육비가 출산 기피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아시아 부모들은 자녀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생활비를 절약해야 하는 압박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자녀 출산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루시 크레한 연구자는 “중국, 싱가포르,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사교육을 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출산율 격차
같은 아시아 국가라도 유교 문화권이 아닌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2.75명), 불교 국가인 베트남(1.94명),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1.80명), 인도네시아(2.18명) 등은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높은 출산율을 보입니다.
남아시아의 인도(2.03명), 파키스탄(3.47명) 등도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북미(1.64명)와 라틴아메리카(1.86명)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4.6명)와 북아프리카·서아시아(2.8명)는 세계 평균을 웃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대안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포괄적인 사회 정책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유교 문화의 재해석이 절실합니다. 결혼과 출산의 필연적 연결을 재고하고, 육아 부담을 사회 전체가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인구절벽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